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대통령 직격탄부터 경찰 수사, 공공기관 퇴출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23일 카카오에 따르면 스타벅스 상품권은 2019년 이후 카카오톡 선물하기 교환권 부문에서 줄곧 인기 1위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가 교환권 사업을 직접 운영한 이래 7년째 '국민 기프티콘' 자리를 놓치지 않은 셈이다.
현재 '교환권-카페' 카테고리에서도 스타벅스 상품이 1~4위를 독식하고 있다. 1만3900원 상당의 아메리카노 2잔+디저트 세트가 1위에 올랐고, 3만원권·5만원권 e카드 교환권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번 논란 이후 실제 매장 매출은 일부 지점에서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지며, 공공·민간 영역에서의 이탈 가속화가 브랜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탱크텀블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탱크 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
스타벅스는 초기 프로모션 명칭과 문구를 수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온라인 여론은 이미 들끓었다. 일부에선 프로모션 이미지 속 숫자 '7'이나 텀블러 용량(503㎖) 등을 특정 정치적 의미와 연결 짓는 해석도 이어졌다.
다만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코리아는 행사 자체를 전면 취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태 당일인 18일 저녁 SNS에 "역사적인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희생자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이벤트"라며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5·18 관련 역사 왜곡과 피해자 모욕 행위를 '독버섯'으로 규정하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저녁 종로구 익선동 한옥거리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커피를 주문하면서 "거기 커피는 아니지요?"라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명시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연일 스타벅스 사태를 비판해온 맥락상 스타벅스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15만 명이 가입한 전국공무원노조는 각 지부에 불매를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조는 스타벅스 배달 거부를 선언했다.
NH농협은행은 고객 경품을 다른 커피 브랜드로 교체했고, 다른 시중은행들도 스타벅스 경품 배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이탈도 빠르게 확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데이터처, 새만금개발청, 한국관광공사 등이 이벤트 경품을 스타벅스 상품권에서 다른 브랜드로 교체하거나 대체 검토에 나섰다.
행정안전부 윤호중 장관은 "민주주의 역사와 가치를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며 정부 차원의 스타벅스 퇴출 방침을 공식화했다. 광주시도 스타벅스 상품권 불매를 공식 선언했다.
법적 절차도 속도를 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을 강남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으로 재배당한 지 하루 만에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소비자 단체는 스타벅스 선불카드 잔액 전액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스타벅스가 공정위 약관을 근거로 잔액 40% 이하인 카드에 한해 환불을 허용하는 규정도 이번 기회에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매장 일선 직원들은 본사의 실수로 촉발된 고객 분노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사태 발생 다음 날인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세계그룹 회장'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있어서도,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며 "5·18 영령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고 사죄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손정현 대표를 사건 당일 즉각 해임하고, 행사 기획 담당 임원 해임 및 관련 임직원 전원 징계를 지시한 것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결단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은 2022년 이른바 '멸공' 발언 등 SNS 논란 이후 회장 승진을 계기로 SNS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경영에 집중해왔다.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그는 진상 조사와 마케팅 검수 체계 재정비, 임직원 역사의식 교육 이수를 공언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약속한 후속 조치를 신속히 이행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세계그룹이 5·18기념문화센터 방문을 통해 오월단체에 직접 사과하려 했지만 단체 측은 "국민적 공분이 아직 크다"며 면담을 거부했다.
그룹 내부 커뮤니티에서도 "진짜 선 넘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브랜드 신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정민 기자 sjm@bntnews.co.kr










